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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읽고: 트럼프와 공화당이 가져온 현실과 위기Review by B./Books 2020. 11. 15. 06:05반응형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이 2018년에 쓴 책입니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오늘날의 정치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일거라고 예상했는데,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미국의 정치 현실을 바탕으로 한, 특히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이후의 일들에 대한 저항/반발/계몽의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정치사가 핵심소재이지만, 저자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역사적/지리적으로 다양한 나라들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몰락되어갔는지를 통찰하면서, 현대 민주주의의 쇠락, 위기, 해법을 함께 제시하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흥미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책은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공화당을 비판합니다.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를 포함하여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상호 관용의 규범을 완전히 저버렸다" (205)
공화당은 당파 갈등이 유발자였다(280)
그런 점에서 미국의 트럼프를 좋아하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한국의 극우, 보수, 친일, 그리고 기독교? 세력에게는 참 불편한 책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미국은 트럼프와 같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택했을까?
왜 2020년 미국 대선에 트럼프는 7천만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을까?
왜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여전히 사람들과 공화당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일까?
저자들의 설명을 읽어보면, 미국의 공화당이 어떠한 길을 걸어 왔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로부터 트럼프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결과가 무엇인지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잘 설명합니다.
그래서, 책은 참 암울합니다.
한편으로는 이 두 명의 저자들이 지금, 2020년의 상황을 보면 무엇이라고 이야기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불행히도 저자들이 마지막에 예견하고 있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데… 자신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종교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학문적 영역에서는 교회의 문제점이 설명되고, 그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몇십년이 지나도록 교회는 별로 변하지 않은 것과 같은 현실이.. 공부해서 뭐하나 라는 자괴감을 주었던 순간입니다…
그래도 이 두 분들은 최고 권위자로서 저와는 분명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고, 그렇기에 이 분들의 생각이 더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현실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설명하기에 책은 암울하지만, 저자들은 마지막 장에서 대안을 제시합니다.
공화당이 가이드라인을 깨트린다 할지라도, 그의 반대 세력은 같이 규칙을 위반해서는 안된다, 대신 다양한 생각을 가진 그룹들과 함께 연대하여, 제도권 안에서 변화를 추구해야지만,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 상대방을 놓고서, 나혼자 페어플레이를 하는 고통/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민주주의는 몰락하고 전제주의/독재자를 가져온다는 역사적 사실들 앞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보입니다.
공화당을 위한 제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인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상호관용과 제도권 안에서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드러났듯이 공화당 주도권에게 그러한 변화를 바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의 상황도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한국도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 힘으로 이어지는 보수세력 + 태극기부대로 통칭되는 극우/미디어 세력들이 하는 불법/폭력적인 모습은 미국의 정치사에서 보이는 악행과 그다지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부디 건전한 양심을 가진 보수파로서 이들이 변화되고,
신앙을 왜곡하여 정치세력화하는 집단들과, 검증되지 않은 미디어로 여론을 오도하는 세력들 역시 진실되고 건전한 집단으로 변화되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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