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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ward Thurman의 자서전을 읽으며
    Bethel's Thought/책과의 만남 2013. 9. 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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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인물이다. 미국인들이 중요한 연설을 할 때마다 거의 매번 들어가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그의 영적, 지적 스승이라 불리우는 하워드 서먼을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수업 몇번 들었다고 해서, 그의 자서전을 읽었다고 해서 서먼에 대해서 "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지적 "교만"이리라.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어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적어도 나의 어린시절,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의 도움으로 참 많은 책을 읽었다. 다양한 전집을 읽고, 위인전도 꽤나 많이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별도의 가나다라 연습을 하지 않고도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의 추천도서라면 단연코 위인전이다. 위인의 일대기를 보고 위인처럼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지금도 공감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위인도 한 사람의 사람이고 그(녀)의 일생도 완벽한 부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씩 위인전을 멀리하게 되었다. 특히나 자신의 시선에서 바라본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타자의 객관적인 시각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타자가 객관적이라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역시 순진한 착각이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아니 걸러진 모습을 알고 싶었기에 자서전은 특히나 금서와도 같았다.

     

    수업의 일환으로 읽기 시작한 서먼의 자서전, With Head With Heart.

    영적 예언자, 지도자라는 호칭마저 있기에 나는 그 자서전에서 서먼의 특별한 종교적 경험, 아니 체험의 이야기들, 서먼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 서먼이 이룩한 업적들, 어떻게 그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게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내가 자서전에서 발견했던 것은 서먼이 "만난 사람들"이었다. 자서전의 많은 부분은 서먼이 "누군가"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족, 친구, 선생님, 지인들… 모두 하나같이 그의 일생에서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바로 서먼이라는 사람을 만들어 나갔던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만약 자서전을 쓴다면 나도 서먼처럼 나의 일생의 중요 장면들을 누군가의 만남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어떤 사건에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그에 대해서 내가 어떠한 생각을 가졌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다른 누군가의 만남을 소중히하고 그를 겸손과 존경의 태도로 대하며 그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은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서전에는 그 외에도 주옥 같은 부분들이 많다.

    특히나 서먼을 소개할 때 항상 회자되는 간디와의 만남에 대한 부분은 단순히 서먼이 동양의 위대한 영적 지도자로부터 비폭력운동을 배웠다는 점보다는 오히려 기독교의 이름으로 억눌려와던 동양인이 제기하는 기독교의 문제(기독교 자본주의 혹은 기독교 제국주의)에 대해 기독교 국가 속에서 인종차별의 폭력을 받아온 흑인 지도자의 답변이 내게는 더 인상깊었다.

    예수님의 종교(the religion of Jesus)와 기독교(Christianity)를 구분하여 대답하는 서먼을 보면서, 지배종교 혹은 우위 종교가 되어버린 기독교가 놓치고 있는, 아니 어쩌면 기독교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큰 위협의 실체를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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