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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인에 자살이란? 자살=죄?
    Review by B./Books 2011. 8. 1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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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10점으로도 부족한 책입니다. 10점 + a를 주고 싶네요.)

     

     

     

    #. 1. 자살은 큰 죄?!

     

    개신교 신앙안에서 성장한 제게 자살은 "지옥으로 가는 중죄(重罪)"였습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자살을 해서는 안되는 용납받을 수 없는 죄였지요. 자살로 지옥에 간 대표인물을 꼽으라면 항상 가룟유다였습니다.

     

    하지만, 2009년 故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죽음)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아끼지 않았던 일부 매체와 일부 목사들을 바라보며, 정말 자살이 죄인가... 혹은 개인의 자살을 야기한 사회적 원인들을 간과한채 우리는 자살을 죄로 단정하고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아도 분명 자살은 죄인것 같았습니다. 인생을 포기한다는 것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크나큰 고통이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변할수 있는(심지어 개종도) 마지막 가능성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삶의 주권을 하나님이 아닌 자신이 최종적으로 가지고 결정한다는 점에서 자살은 죄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그런 이유로 자살을 죄라 단정짓고 자살한 이들을 죄인, 지옥가는 죄인이라고 비난해도 좋은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 2 자살의 정치학과 사회학

     

    그러한 고민 가운데 이 책을 만난 것은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것과 같았습니다.

     

    2009년 한 사람의 자살이 논란이 되었던 만큼 이 책은 자살의 정치학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즉 우리는 어느 한 사람의 자살을 맞이할 때, 그 자살을 객관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편애와 입장을 중심으로 그 자살을 수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과 친분이 있는 혹은 동경하던 사람의 죽음에는 관대하지만, 자신과 반대의 입장에 있거나 무관심했던 인물의 자살에 대해서는 비난 혹은 냉소를 보내기도 한다는 자살의 정치학은 자살에 대한 많은 논란의 첫 의문을 훌륭히 해결해 주는 답안이었습니다.

     

    이어 저자는 자살의 발생에 대한 사회학적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뒤르켐의 <자살론>을 바탕으로 자살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으며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발생하는 사회구조적인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자살을 금기시하는 개신교에서 더 많은 자살에 대한 관심(?)과 실행이 나타난다는 점이었습니다.


     

     

    #. 3 침묵

     

    그렇다면 기독교인들의 판단의 기준인 성경에서는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저는 이전까지 당연히 자살은 가장 큰 죄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자살에 대해서 성경은 침묵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자살을 지옥가는 중죄로 결정짓는 듯한 요한계시록 21:8에 대해서도 막연히 자살(살인)을 반드시 지옥과 연결시킬 수 없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살에 대해 침묵하는 성경에서 저자가 발견하는 첫번째 덕목은 겸손입니다.


     

     

    "특정인의 죽음을 두고 자신의 호불호나 도덕적 잣대, 정치적 관점 등으로 평가하는 것은 성경의 침묵이 열어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존중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너무 요란하게 떠들고 너무 강하게 상대방을 비판하려드는 것은 성경의 침묵이 암시하는 바, 겸손하라는 암묵적 의미를 망각한다는 점에서 주의를 해야겠습니다"(p. 52)

     

     

     

    자살에 대해 쉽게 말하고, 자살을 죄라고 단정하고 비난하는 우리들은 어찌보면, 성경보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앞세우는 "교만"을 행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가르침은 자살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많은 반성을 가져왔습니다.


     

     

    #. 4 자살=지옥

     

    이머징교회(Emerging Church)의 사상적 기수은 브라이언 맥클라렌(Brian McLaren)은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설에 대해서 단순히 인간이 그 내용을 판단할 수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자살은 지옥가는 죄라고 당연히 알고 있던 제게 그 내용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자 역시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것을 누가 정하느냐는 질문을 제기합니다. 기존 기독교의 가르침과 위배되는 위험한 사상아니야 라며 책을 읽어갔을때 배운 것은 자살한 사람이 지옥에 가느냐 하는 것을 판단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지에 대한 여부와 막연히 자살=지옥으로 연결시키는 공식이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pp. 75-82)

     

     

     

     

     

    # 5. 자살은 죄인가요?

     

    그렇다면 자살은 죄인가요?


    라는 질문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최종적인 답은 자살은 죄가 맞다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기존의 자살은 죄라는 공식과 다른 점은 자살이 죄이기 때문에 자살한 너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해서는 안된다라는 것과 자살을 야기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 기독교인이 맞서야 한다는 점을 제시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저자의 대안은 3가지로 집중됩니다. 그 첫번째는 "하나님의 은혜와 복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성공주의, 기복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며, 두번째는 자살의 원인이 되는 고통에 대해 인생이 고통이라는 명확히 인식하고 고통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부름받은 우리 자신을 자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회 공동체의 회복입니다. 교회가 교회(신앙 공동체)로서의 본질을 회복할 때 우리는 OECD 자살율 1위인 한국사회에 희망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짧지만, 시원한 답변과 명확한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이 책을

     

    자살 아니 삶의 고통에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자살을 쉽게 죄라고 단정지으며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자살은 죄입니다. 하지만, 그 죄가 발생하게끔 방조하는 우리 역시 그 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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